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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기술愛
KOGAS-Tech Webzine

2020 VOL.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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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AS-Tech 이 사람

안전,
노하우 아닌 교육으로 지키는 것

이해일 인천지사 안전공무팀 과장

해외에서 수입한 천연가스 설비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와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가스기술공사. 가스가 이동하는 배관망을 관리하는 만큼, 안전은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다. 이해일 과장은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약 25년 동안 이곳에서 안전을 강조하고 가르치며 실행해 왔다. 그가 밟아온 ‘안전 발자취’를 따라가면 어떤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일 과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안전관리자로 시작한 첫 사회생활

안전을 지키는 일은 참 어렵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안전의 중요성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위험이 도사리는 일터에서 안전을 지키자고 이야기하기 역시 쉽지 않다. 일터 속 동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잔소리하는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이해일 과장은 한국가스기술공사 평택 인수기지 안전관리자로 선임된 후 지금까지 약 25년 동안 ‘안전관리자’라는 직함을 이어오고 있다. 평택을 거쳐 서울, 전북, 인천 등으로 일터를 옮기며 가스 안전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서 안전을 가르치고 강조해 온 그는 자신을 일컬어 ‘KOGAS-Tech 안전 잔소리꾼’ 이라고 소개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저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어요. 그러던 중 진로를 계획하다가 우연히 산업안전기사를 취득했고, 이후로 안전관리자로서 계속 활동하게 됐죠. 사실 기계공학과가 산업안전기사를 취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인데, 저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아마 이 일을 계속하려고 그랬나 봐요. 제가 한국가스기술공사에 입사한 게 1995년인데 그 전 해인 1994년에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때문인지 안전에 대한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사고가 또 발생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보다 책임감 있게 이 일을 하게 됐죠. 그런 진심이 통했던 것인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할 때도 많은 직원들이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더라고요.”

1994년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안타까운 사고 중 하나다. 큰 아픔을 겪었기 때문일까.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고, 실제로 이 사건은 가스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큰 기준점이 되어 이날을 기점으로 무재해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무사고를 기록중이다.

“당시의 사고가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던 거죠. 저는 가스를 다루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하지만 안전만 제대로 지킨다면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한 에너지인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한 가스뿐 아니라 현장의 작업 환경 속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일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안전도 공부해야 배울 수 있어

이해일 과장에게 많은 사람들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안전을 지키는 노하우를 알려달라’ 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해일 과장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이 말하곤 한다. “안전은 노하우가 아니라 교육으로 지키는 것입니다”라고.

“과연 누가 안전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저는 경험이 가장 큰 노하우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할 때 교육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시간은 과거의 사고를 사진으로 보여줄 때에요. 얼마나 처참한 사고가 발생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면 안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되죠. 이러한 경험과 이론 습득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안전 교육이 이뤄집니다. 이를 위해 저 역시 부단하게 공부를 하고 있고요.”

실제로 이해일 과장은 입사 후에도 지독하게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직원으로 소문이 나있다. 그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안전관리자로 일하게 되었고, 진정한 안전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해 그는 계속해서 관련 분야의 강연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해 왔다. 실제로 현재 그는 재난관리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제 앞으로 선임이 없다 보니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어요. 가장 도움이 되는 ‘헤딩’은 공부였죠. 학교에도 다시 들어가서 재난에 대해 공부했는데 매우 유익했어요. 2004년에 정부에서 재난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소방방재청으로 분리독립 시켰거든요. 이때 소방 및 재난관리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이 생기고 재난관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2005년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 방재안전관리전공을 만들었죠. 그 과정에 입학해 공부했고 학업과 더불어 재난관리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주경야독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주변 직원들이 많은 도움을 줘서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재난의 시대, 안전을 지키는 일이란

이해일 과장은 앞으로 안전관리자의 일은 범위가 넓어지며 변수도 많아지고, 그렇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그나마 사람의 예상 범위 안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안전 과제가 줬지만 최근에는 컨트롤할 수 없는 재난재해가 많이 발생하면서 앞날을 예측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와 재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죠. 그러다 보니 안전관리자로서 재난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재난은 안전을 크게 위협합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매해 심각해지고, 다양한 기후 재난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죠. 이러한 재난재해는 가스안전을 지키는 일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어요. 예를 들어 태풍이 심하게 발생하면 밖으로 노출된 관리소 설비가 바람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산사태나 폭우가 쏟아지면 지하에 묻힌 배관이 쓸려가는 토양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난의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이러한 변수 속에서 최대한 위험요소를 방지하기 위한 거예요. 올해를 보내면서 ‘아, 정말 재난의 시대구나’ 싶더라고요. 올해만 폭우가 50일 이상 내렸고 태풍이 연달아 세 개가 올라왔잖아요. 흔하지 않은 일이죠.”

사고라는 것은 예측도 어렵고 변수도 많지만, 그렇기에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이해일 과장의 이야기다. 안전은 공부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일 과장은 “우리는 많은 경우, 흔한 것은 그 중요성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2019년 산업재해사망자 수가 2,020명이었습니다. 일평균 5.5명 정도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죠. 또한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으로 일평균 9.2명이 사망했습니다. 산재사고와 교통사고를 합치면 일평균 14.7명이 목숨을 잃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데 많은 사람들은 산재든 교통사고든 사망사고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 ‘늘 보던 뉴스’라고 받아들이곤 해요. 안전은 우리가 방심할 때 나타납니다. 안전사고조사를 분석해보면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합쳐져 안전사고를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어떤 위험을 보게 되면 사전에 안전에 대해 조치하는 것이 나 뿐 아니라 동료들을 위험에서 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이해일 과장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교육’을 손꼽았다. 교육의 목적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망각하고 있던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추적하는 게 습관이 됐다는 그는 교육 시간에 꼭 이러한 것들을 알려준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현장에서 한 직원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산재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요. 가까운 병원에서 응급처치한 후 수지접합 전문병원까지 제가 그 동료를 직접 이송했어요.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예요. 손가락을 빨리 접합해야 하니 정신없이 차를 몰아 병원에 갔죠. 다행히 그 직원은 수술을 잘 받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더 깨닫게 돼요.”

이해일 과장이 근무하는 동안,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사망사고 및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에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 때마다 ‘안전’을 생각한다는 그는 온전한 신체로 출근해 온전한 신체로 퇴근하는 하루가 가장 소중한 매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가장 감사한 날이라는 이해일 과장. 그는 오늘도 안전을 공부하고 안전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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